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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광장/윤창현]보건의료산업 수요 폭발할 노령화 시대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재협 작성일12-03-09 00:00 조회22,518회 댓글0건

    본문

    달도 차면 기운다. 모든 일에 정점(頂點) 또는 피크가 있다. 물론 무한한 성장만 있다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세상일이란 언젠가 정점이 도래하게 마련이다. 우리의 인구 구조가 그렇다. 보통 65세 이상 인구를 노년층,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를 생산가능 인구, 14세 이하를 유소년층으로 분류한다. 전체 인구 중 노년층 비율이 7%를 넘어서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를 넘어서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라 한다. 주지하다시피 2000년에 노령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가 된 우리나라는 불과 17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빨리빨리’ 문화가 발달한 때문인지 고령사회로의 진행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의 유소년 인구는 2010년에 798만 명으로 이미 정점을 찍었고 ‘고령사회’가 되는 2017년에는 680여만 명으로 줄면서 처음으로 노년층 인구보다 적어진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인 2016년에는 생산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는다. 현재 560만 명 정도인 노년층 인구는 2020년에 800만 명을 넘고 2030년에는 1200만 명을 넘는다. 그리고 2030년부터 총인구는 정점을 찍고 줄어든다.

    산업구조 바꾸어놓을 인구 변화

    인구 구조의 변화는 무서운 위력을 가진 커다란 흐름이다. 은퇴를 하면 근로소득이 없어지고 나이가 들면서 건강도 잃는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30세 이상 인구 3000여만 명 중에서 크고 작은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1000여만 명인데 이 중 400여만 명이 정기적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제 노령화와 함께 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현재는 인구의 11%를 차지하는 노년층이 의료비 전체의 30%를 쓰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노년층이 의료비 전체의 66%를 사용한다. 현재 노년층 560만 명 중 200여만 명은 빈곤층이고 100만 명이 홀몸노인이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40여만 명이다. 제대로 준비를 못한 채 노년에 진입한 수가 상당한 것이다.

    어려운 노년층을 잘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일인당 1만 원 정도 지원을 늘린다면 지금은 560억 원 정도 들지만 2030년에는 1200억 원이 든다. ‘1만 원이 뭐냐. 통 크게 10만 원은 돼야지’라며 ‘화끈한’ 지원 정책을 도입하면 나중에 가서 매년 1조2000억 원이 필요하게 된다. 복지지원 프로그램은 한번 도입하면 없애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의 노령인구 비율은 23%를 넘었다. 이들은 은퇴와 동시에 자가용 차량을 팔고 BMW(Bus, Metro, Walk) 체제, 즉 버스 지하철 걷기로 전환한다. 노년층은 사망 시까지 연금이 나오는데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연금을 다 쓰지 않고 저축한다. 은퇴 이후 사망 시점까지 저축하는 액수가 평균 1억 원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소비가 줄다 보니 내수가 위축된다.

    일본에서 성업 중이던 수많은 가게와 주점들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노령화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노년층이 늘어나면 생산 기반은 줄고 사회 부담은 늘어나는 동시에 지갑은 닫히고 내수는 줄어드는 축소 지향적 흐름이 심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유 있는 노년층이 그나마 돈을 쓰는 분야가 있다. 바로 건강, 보건의료, 문화, 관광 등과 관련한 분야들이다. 몸에 좋은 먹거리, 각종 보건의료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문화 및 관광 상품 등이 그 예일 것이다. 특히 노년층의 지갑이 닫히지 않게 하려면 노령화로 인해 수요가 폭발하게 될 각종 보건의료 서비스 관련 산업을 대폭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의대 및 보건학과 대학증원 시급


    더구나 보건의료 분야는 부가가치 10억 원당 고용이 20명 늘어날 정도로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분야이다. 이를 위해서 의대 및 보건 관련 학과의 대학 정원 증원을 통해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의사 한 명 키우는 데 10여 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당장 조치가 시급하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산업 내에서도 노년층에 유리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되고 운용돼야 하며 이와 함께 문화 및 관광 분야도 획기적 조정이 필요하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요구한다. 준비 안 된 노령화가 지속되면 노년층의 지갑이 닫히고 우리 경제의 내수 기반은 무너진다. 힘든 노년층에 대한 적절한 지원정책의 도입과 함께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노년층의 지갑이 닫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깊은 고민과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아닷컴(2012-03-06) 윤창현 객원논설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yun3333@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