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비극 막는 ‘백신’…가족파괴 고통도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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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재협 작성일08-07-09 00:00 조회16,5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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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비극 막는 ‘백신’…가족파괴 고통도 예방
[한겨레] 노인 요양의 미래를 찾아서
(상) 독일 요양보험 14년 경험
21세기에 접어들며 고령화 사회 문턱을 넘어선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 사회, 2026년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변모할 전망이다.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섯명 가운데 한 명이 65살 이상인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 핵가족의 증가로 개별 가정이 노인을 돌볼 여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비해 이달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첫발을 내딛었다. 이를 계기로, 일찌감치 고령화 대비에 나선 독일·덴마크·일본의 공적 요양보호 현장을 살펴봤다.
소득1.9% 보험료 걷어 220만여명 혜택
시설 입소땐 보험서 50~60% 비용부담
가족이 집서 간병땐 현금·보험료 지원
요스트 귄스터(80)와 아내 마리 테레즈(79)는 50년을 해로했다. 자식들이 독립한 뒤 단란하게 지내던 이들 부부에게 어려움이 닥친 것은 2년 전이었다. 아내인 마리가 중풍으로 쓰러졌고, 이때부터 치매가 진행돼 언어 능력도 잃었다.
귄스터는 손수 마리를 돌보는 데 한계를 느꼈지만,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비교적 고급 요양시설에 속하는 ‘알텐첸트룸’에 아내를 맡겼다. 그는 인근 주택에 살며 날마다 아내를 보러 간다. 오전 10시에 아내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점심 무렵 집으로 돌아온다.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아내를 다시 만난다. 그는 “요양시설 숙박비 등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용을 달마다 2200유로(360만원) 내고 나면 생활비는 600유로(100만원)만 남아 빠듯하다”면서도 “요양보험 덕분에 아내와 함께하는 평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장기요양보험은 노인 간병과 생활고로 가족관계가 파괴되거나 노후의 삶이 피폐해지는 비극을 막는 백신 구실을 한다. 귄스터 부부의 평온한 일상도 요양보험의 힘이 컸다. 요양보험은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5.4%이던 1995년에 시작돼 노인 인구가 20%에 가까운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사회보험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65살 이상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자에게만 한정되지만, 독일 요양보험은 노인 말고도 장애인처럼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두루 적용된다. 독일 요양보험은 소득의 1.7%(이달부터는 1.95%)를 보험료로 걷어 전체 인구 8200만명 가운데 220만명에게 혜택을 준다. 혜택 대상의 75%는 65살 이상 노인이다. 우리 요양보험은 소득의 0.4%를 보험료로 걷어 인구 4800여만명 가운데 노인 17만명에게 혜택을 주는 수준이다.
95년 독일은 ‘피자 한 판 값으로 노인 요양 문제를 해결합시다’라는 구호로 요양보험을 시작했다. 사회보험을 통한 세대간 연대를 통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후의 위험을 나누자는 취지였다. 세대간 부양의 원리를 적용하는 만큼, 자식이 없는 이는 보험료가 0.2% 가산된다.
입소 요양시설 알텐첸트룸을 운영하는 레오 프리드만 소장은 “171명의 입소자 가운데 80%는 가족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치매 환자”라며 “요양보험으로 노인뿐 아니라 그 가족의 삶의 질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간병 부담으로 빚어지는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나 노부부의 동반자살 같은 사회적 비극을 막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독일 요양보험도 모든 요양 비용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시설 요양에 들어가면 보통은 한달에 2천~3천유로(320만~490만원)가 드는데, 요양 등급에 따라 요양보험이 매달 1천~1500유로(160만~240만원)를 부담하고 나머지 숙박비·식비 등은 본인이 낸다. 공적보험이 비용의 절반 남짓을 책임지는 구조인 것이다. 집에 머물며 재가 서비스를 받으면 우리와 달리 따로 본인 부담 비용은 책정돼 있지 않지만, 현행 월 420~1470유로(70만~240만원)로는 독일인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동유럽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요양 인력으로 유입돼 있다.
독일의 요양보험은 요양시설 입소를 되도록 늦추고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가족과 함께 집에서 지내도록 유도한다. 추억이 담긴 개인 공간을 유지하는 게 삶의 질이 높다고 여기는데다, 개인이나 보험 재정의 경제적 부담도 덜하기 때문이다. 이런 재가 급여 비중이 70%에 이르고, 가족들이 현금 요양비를 받는 대신 노인들을 돌보는 경우가 이 가운데 70%를 차지한다. 요양보험은 노인을 돌보는 가족 구성원의 의료보험료와 연금보험료를 대납해 준다.
독일 의료보험조합(AOK-Die Gesundheitskasse) 요양보험 팀장인 카롤리네 슈피스는 “고령사회가 진행되면서 노인 요양 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난다”며 “가족 수발의 전통을 활용하되, 요양보험이 사회연대의 원리를 통해 이런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가족관계 파괴와 노후 삶의 질 저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2008-07-08>
[한겨레] 노인 요양의 미래를 찾아서
(상) 독일 요양보험 14년 경험
21세기에 접어들며 고령화 사회 문턱을 넘어선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 사회, 2026년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변모할 전망이다.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섯명 가운데 한 명이 65살 이상인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 핵가족의 증가로 개별 가정이 노인을 돌볼 여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비해 이달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첫발을 내딛었다. 이를 계기로, 일찌감치 고령화 대비에 나선 독일·덴마크·일본의 공적 요양보호 현장을 살펴봤다.
소득1.9% 보험료 걷어 220만여명 혜택
시설 입소땐 보험서 50~60% 비용부담
가족이 집서 간병땐 현금·보험료 지원
요스트 귄스터(80)와 아내 마리 테레즈(79)는 50년을 해로했다. 자식들이 독립한 뒤 단란하게 지내던 이들 부부에게 어려움이 닥친 것은 2년 전이었다. 아내인 마리가 중풍으로 쓰러졌고, 이때부터 치매가 진행돼 언어 능력도 잃었다.
귄스터는 손수 마리를 돌보는 데 한계를 느꼈지만,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비교적 고급 요양시설에 속하는 ‘알텐첸트룸’에 아내를 맡겼다. 그는 인근 주택에 살며 날마다 아내를 보러 간다. 오전 10시에 아내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점심 무렵 집으로 돌아온다.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아내를 다시 만난다. 그는 “요양시설 숙박비 등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용을 달마다 2200유로(360만원) 내고 나면 생활비는 600유로(100만원)만 남아 빠듯하다”면서도 “요양보험 덕분에 아내와 함께하는 평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장기요양보험은 노인 간병과 생활고로 가족관계가 파괴되거나 노후의 삶이 피폐해지는 비극을 막는 백신 구실을 한다. 귄스터 부부의 평온한 일상도 요양보험의 힘이 컸다. 요양보험은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5.4%이던 1995년에 시작돼 노인 인구가 20%에 가까운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사회보험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65살 이상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자에게만 한정되지만, 독일 요양보험은 노인 말고도 장애인처럼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두루 적용된다. 독일 요양보험은 소득의 1.7%(이달부터는 1.95%)를 보험료로 걷어 전체 인구 8200만명 가운데 220만명에게 혜택을 준다. 혜택 대상의 75%는 65살 이상 노인이다. 우리 요양보험은 소득의 0.4%를 보험료로 걷어 인구 4800여만명 가운데 노인 17만명에게 혜택을 주는 수준이다.
95년 독일은 ‘피자 한 판 값으로 노인 요양 문제를 해결합시다’라는 구호로 요양보험을 시작했다. 사회보험을 통한 세대간 연대를 통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후의 위험을 나누자는 취지였다. 세대간 부양의 원리를 적용하는 만큼, 자식이 없는 이는 보험료가 0.2% 가산된다.
입소 요양시설 알텐첸트룸을 운영하는 레오 프리드만 소장은 “171명의 입소자 가운데 80%는 가족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치매 환자”라며 “요양보험으로 노인뿐 아니라 그 가족의 삶의 질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간병 부담으로 빚어지는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나 노부부의 동반자살 같은 사회적 비극을 막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독일 요양보험도 모든 요양 비용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시설 요양에 들어가면 보통은 한달에 2천~3천유로(320만~490만원)가 드는데, 요양 등급에 따라 요양보험이 매달 1천~1500유로(160만~240만원)를 부담하고 나머지 숙박비·식비 등은 본인이 낸다. 공적보험이 비용의 절반 남짓을 책임지는 구조인 것이다. 집에 머물며 재가 서비스를 받으면 우리와 달리 따로 본인 부담 비용은 책정돼 있지 않지만, 현행 월 420~1470유로(70만~240만원)로는 독일인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동유럽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요양 인력으로 유입돼 있다.
독일의 요양보험은 요양시설 입소를 되도록 늦추고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가족과 함께 집에서 지내도록 유도한다. 추억이 담긴 개인 공간을 유지하는 게 삶의 질이 높다고 여기는데다, 개인이나 보험 재정의 경제적 부담도 덜하기 때문이다. 이런 재가 급여 비중이 70%에 이르고, 가족들이 현금 요양비를 받는 대신 노인들을 돌보는 경우가 이 가운데 70%를 차지한다. 요양보험은 노인을 돌보는 가족 구성원의 의료보험료와 연금보험료를 대납해 준다.
독일 의료보험조합(AOK-Die Gesundheitskasse) 요양보험 팀장인 카롤리네 슈피스는 “고령사회가 진행되면서 노인 요양 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난다”며 “가족 수발의 전통을 활용하되, 요양보험이 사회연대의 원리를 통해 이런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가족관계 파괴와 노후 삶의 질 저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2008-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