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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판 고려장’ 부르는 ‘무늬만’ 노인 요양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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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재협 작성일08-03-06 00:00 조회17,701회 댓글0건

    본문

    ‘현대판 고려장’ 부르는 ‘무늬만’ 노인 요양 시설


    ⓒ연합뉴스
    사회복지 시설인 노인 요양 시설에서 현대판 고려장이 재현되고 있다.일부 시설에서는 입소한 노인들의 병세가 악화되어도 죽을 때까지 방치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자식들과 한 명의 노인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요양 시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중순 경기도 부천에 있는 ㅅ노인병원에 응급 환자 한 명이 구급차에 실려 왔다.이 환자는 인근 지역의 유료 노인 요양 시설인 ㅇ요양센터에 입소해 있던 송 아무개씨(여·85)였다.ㅅ병원 의사들에 따르면 당시 송씨의 상태는 심각했다고 한다.폐렴과 폐혈증이 겹쳐 생명이 촌각에 달렸었다는 것이다.송씨가 입원한 지 한 달쯤 되자 ㅇ요양센터 관계자들이 병원에 찾아와 다짜고짜 송씨를 강제로 퇴원시킨 후 요양센터로 데려갔다.병원에서 나간 송씨는 이틀 만에 세상을 등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송씨의 가족들은 송씨를 이 요양센터에 입소시킨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송씨에 관한 모든 관리는 ㅇ요양센터에 위임한 상태였고, 5백만원을 보증금으로 맡겼다.그 보증금으로 병원비를 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송씨의 입원이 장기화되자 보증금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병원비를 못 받을 것을 우려한 ㅇ요양센터는 송씨를 강제로 퇴원시켰다.송씨는 전직 소아과 의사였다고 한다.하지만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돈에 눈먼 요양 시설의 횡포로 쓸쓸하게 삶을 마감해야 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해마다 노인 요양 시설에서 많은 노인들이 죽어가고 있다.2003년 1천6백65명이던 사망자 수가 2006년에는 3천1백88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 2천1백71명을 넘어섰다.노인 요양 시설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사망자 수가 많은 편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 규칙에는 요양 시설은 입소자의 건강 관리를 위해 의사(한의사 포함)나 간호사 등 자격을 갖춘 건강 관리 책임자를 두어야 한다.전담 의사가 없는 시설은 촉탁 의사를 두도록 했는데, 대부분 비용 부담이 적은 촉탁 의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노인 시설 8백76개소 중 7백10개소에 전담의 또는 촉탁의가 배치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문제는 촉탁 의사들의 존재가 극히 형식적이라는 것이다.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실의 박윤태 보좌관은 “우리가 조사해 보니 전국 노인 요양 시설 중 절반 정도가 무보수 촉탁 의사였다.일부 요양 시설은 보수를 주는 것처럼 신고해놓고 이름만 올린 ‘유령 촉탁 의사’들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전담 의사를 두면 고액의 고정 급여를 지급해야 하지만 촉탁 의사는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서울시만 해도 전담 의사를 두고 있는 노인 요양 시설의 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이름만 올려놓은 촉탁 의사 둔 곳도 많아현행법상 촉탁 의사는 매주 2회 이상(1회당 2시간 이상) 시설을 방문해 입소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이 악화된 입소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촉탁 의사들은 시설 내에서 진료 활동이나 처방전은 발급할 수 없고, 단순 진단 서비스만 가능하다.그나마 실비·유료 시설들은 촉탁 의사를 위촉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시사저널>이 확인해 보니 경상북도의 경우 38개 실비·유료 노인 요양 시설 중 촉탁 의사가 있는 곳은 14개소에 불과했다.충청북도에는 25개소 중 5개소만 촉탁 의사가 있다.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지역에서 노인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 아무개 원장은 ㅇ유료 요양 시설의 촉탁 의사로 위촉되어 있지만, 그동안 한 번도 그곳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그도 유령 촉탁 의사였던 셈이다.

    현행법에 의해 촉탁 의사를 위촉하고 있으나, 비용 발생을 꺼려 촉탁 의사를 반기지 않고 있다.또 촉탁 의사들도 진단에 따른 수익이 없어 요양 시설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때문에 입소자들이 중병에 걸려도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일부 요양센터에서는 암암리에 불법 의료 행위를 일삼고 있기도 하다.경기도 지역의 또 다른 노인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요양센터에서 영양제, 수액 등을 몰래 구입해 직접 링거를 놓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경기도 광명에 사는 김기호씨는 지난해 7월에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김씨는 치매가 있던 할머니 이효선씨(가명·82)를 경기도 화성의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ㅊ요양 시설에 맡겼다가 낭패를 당했다.ㅊ요양 시설은 이씨가 입소한 후 가족들에게조차 면회를 차단하는 등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시켰다.건강한 상태에서 입소한 이씨는 날이 갈수록 수척해졌고, 김씨는 요양 시설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ㅊ요양시설은 퇴소를 허락하지 않았고, 양측이 실랑이를 벌였다.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퇴소 조건으로 반성문을 요구한 것이다.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반성문을 쓰고 퇴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요양 시설에서 퇴소한 이씨의 건강 상태는 심각했다.요양 시설에 있을 때 침대에서 떨어져 대퇴부와 손 목이 골절되어 있었고 패혈증도 심했다.이런 상태인데도 요양 시설에서는 이씨를 병원에 보내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이씨는 병원에 입원한 지 두 달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노인 요양센터의 횡포는 이만저만이 아니다.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는 데도 퇴소를 시켜주지 않는가 하면 보증금도 내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경기도 고양시에는 ㅈ노인 요양센터가 있다.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유료 시설로 얼핏 노인 요양소가 아닌 수용소 건물같이 보인다.대문은 육중한 철문으로 항시 굳게 잠겨져 있다.

    공구상을 하는 이낙범씨는 이곳에 모친 감의순씨(74)를 입소시켰다가 생초상을 치를 뻔했다.치매기가 있던 감씨를 ㅈ요양센터에 입소시켰는데 건강 상태가 나빠져 갔다고 한다.몸에는 이상한 상처가 생겼고, 두드러기가 나는 등 심각했다.요양센터측에서는 가족들의 면회도 제한했다.사전에 전화해서 면회 시간을 정해야 했고, 면회는 거실에서만 이루어졌다.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은 일체 공개하지 않았고, 요양 시설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시설 내에는 30여 명의 입소자가 있었지만 간병인은 조선족 여성과 원장의 며느리 등 2명이 전부였다는 것이다.김씨가 다른 요양센터로 옮기려고 하자 ㅈ요양센터측에서는 보증금을 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가까스로 5백만원 중 100만원을 받아냈다.


    돈만 보내고 나 몰라라 하는 가족들도 문제 김씨는 법적인 절차를 통해 ㅈ요양센터에서 받지 못한 보증금 4백만원을 돌려받을 계획이다.이에 대해 ㅈ요양센터 유 아무개 원장은 김씨와 전혀 다른 말을 했다.“5백만원은 보증금이 아니라 후원금으로 받았다.가족들이 돈을 다시 돌려받지 않겠다고 했다.면회는 가족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시켰고, 시설도 보여주었다.간병인은 우리 집 식구 4명과 간병인 2명을 포함해 6명이다.의료 행위는 절대 없었다.돈의 일부는 돌려줄 용의가 있다”라고 해명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관련 시설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한마디로 ‘실버 사업’이 돈이 된다는 뜻이다.연도별 노인 복지 시설 수를 보면 2004년 5만3천4백61개였으나 2005년에는 3천57개가 늘어난 5만6천5백18개였다.특히 노인 요양 시설이 급증했다.노인 의료복지 시설은 2004년 3백82개에서 2006년에는 두 배가 더 많은 8백98개였다.

    올해 7월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실행되어 노인 요양센터(노인 요양원) 등에 10%의 의료보험 혜택을 준다.이와 때를 같이해 노인 요양센터 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정부의 지원이 확대된다고 해서 노인 요양센터에 입소한 노인들에 대한 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요양센터가 난립해 서비스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요양센터의 특성상 주로 외진 곳에 있어 관할 기관의 관리 감독이 쉽지 않다.촉탁 의사 문제나 시설 내에서의 상황 등에 대해 전혀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또 입소자들도 대부분 고령자이거나 치매기가 있는 등 지병을 앓고 있어 시설 내에서의 생활을 알기가 쉽지 않다.요양 시설 내에서의 학대, 불법 의료 행위, 환자 방치 등의 행위가 벌어져도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


    ⓒ시사저널 박은숙
    입소자의 가족들도 문제이다.고령의 노인들을 요양센터에 입소시켜놓고 찾아보지 않은 채 돈만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또 요양센터의 불법 행위를 알고도 묵인하는 일까지 있다.

    지난 1월11월 중순, 경기도 소재 한 요양병원에 윤태순씨(가명·87)가 입원했다.윤씨는 울산에 있는 큰아들과 함께 살다가 울산 소재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한다.윤씨의 가족들은 윤씨가 요양병원에서 죽기를 바랐다고 한다.설날 이후를 장사 치르는 날로 잡았을 정도이다.정씨가 입원한 지 한 달이 넘어도 죽지 않자 자식들이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강제로 퇴원시킨 후 요양 시설에 입소시켰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부천에 사는 정미례씨(가명·84)가 위급한 상태에서 병원에 실려왔다.정씨의 아들은 지역에서 유지 소리를 듣는 사업가였다.정씨는 병원에 오기 전에 요양 시설에 입소해 있었다.정씨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차차 병세가 호전되었다.입원한 지 6개월 정도 지나자 가족들이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병원의 의료 행위 일체를 막고 나선 것이다.링거도 꽂지 못하게 했다.

    병원 의사에 따르면 정씨는 죽는 순간까지 의식이 또렷했다.정씨는 자식들이 자신이 빨리 죽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식음을 전폐하며 죽어갔다고 한다.이처럼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