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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어도 모를까봐 …" 문 열고 자는 독거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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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재협 작성일07-11-30 00:00 조회16,753회 댓글0건

    본문

    "내가 죽어도 모를까봐 …" 문 열고 자는 독거노인들


    #1. 지난달 9일 서울 신당5동 다세대주택에 사는 독거노인 이모(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주인이 이상한 냄새를 맡고 경찰에 신고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씨의 죽음이 알려졌다. 경찰은 시체의 부패 상태로 봐 숨진 지 한 달 이상 방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씨는 평소 폐결핵을 앓았다고 한다.

    #2. 서울 공릉동의 단칸 셋방에 혼자 살고 있는 강모(78) 할아버지는 매서운 겨울에도 늘 방문을 조금씩 열어둔다. "내가 죽더라도 아무도 모를까봐…"라는 게 이유다. 강씨는 3년 전부터 허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하다. 신경통.관절염과 백내장을 앓고 있다. 매끼 식사 뒤 한움큼의 약을 먹어야 한다. 강씨는 두 딸을 두고 있지만 결혼 후 명절 때마다 거는 안부 전화 외에는 왕래가 거의 없다. 강씨는 "숨진 뒤 며칠 만에 발견되는 독거노인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처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핵가족.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88만 명, 2010년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독사(孤獨死)&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고독사는 홀로 사는 노인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사망 한참 뒤에 발견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독거노인은 대체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고독사의 위험을 안고 산다.

    실제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김모(66)씨는 숨진 지 이틀 만에 발견됐다. 우편물을 전달하러 온 이웃이 없었더라면 더 늦게 발견됐을지도 모른다. 사인은 아사(餓死)로 추정됐다. 김씨는 친인척과 왕래를 끊었고 구청 노인복지관의 도움도 마다했다고 한다.

    ◆고독사 위험 상존하는 독거노인=보건복지부는 올해 전국 65세 이상 독거노인 14만2538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를 정밀 조사했다. 대상자 가운데 한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92%로 나타났다.평균 2.9종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다. 건강관리나 질병 치료를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한 노인도 32%나 됐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 중 42.4%가 이웃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가족(자녀.손자녀.형제자매)이 한 명도 없는 노인이 7%, 가족이 있더라도 한 달에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24%였다. 이웃과 연락을 하지 않는 노인도 40%로 조사됐다. 독거노인 상당수가 응급 상황에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존엄한 죽음 맞도록 도움 줘야=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의 경우 고독사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04년 도쿄(東京)에서만 40세 이상 사망자 중 2598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6%는 일주일이 지나 발견됐다. 이 때문에 독거노인 또는 1인가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스나 수도처럼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서비스의 사용량이 갑자기 줄어드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들어 고독사 예방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올해 처음 독거노인을 돌보는 &독거노인 생활지도사&를 도입했다. 내년 예산에는 독거노인의 건강을 원격 체크하는 &유 케어(u-care)& 시스템을 반영했다. 그러나 고독사에 대한 통계조차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고독사(孤獨死)=혼자 사는 사람이 자기 집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 경우다. 고독사 사망자의 대부분은 독거노인들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선 1970년대부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중앙일보 2007-11-30>